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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벼워지다.

지난 5개월간.
나는 채경이에게 올인했다.
한 인간의 탄생 이후 성장을 숨죽이며 지켜보며,
숨가쁜 성장의 동선을 따라가느라고
도저히 다른걸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젖먹이 아기에게 엄마가 없는 시간은 최대 2시간 허용될 뿐이었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찼고
30분을 떨어져 있어도 보고싶어서 가슴이 뛰었다.

무엇보다도,
목욕을 시키고 하얀 내복을 입힐지, 분홍 실내복을 입힐지,
노란 양말을 신길지 맨발로 둘지와 같은 중요한 결정 사항들을
어떻게 내가 아닌 사람에게 맡길 수 있을까.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남편을 위해주고 싶었고,
나의 빈곤해진 지식의 곳간을 채워주고도 싶었다.
하지만,
남편의 인간다운 식사와 나의 독서를 챙기면 아기가 방치되었고,
아기의 안위와 나의 편의를 챙기다보니 남편이 초라해졌다.
남편을 추스리고 아기를 돌아보면, 물론 나의 향후 진로나 지적 목마름, 자기계발은
저기 잘 보이지도 않는 순번에 서있기 마련이었다.
책을 주문하면 열권에 일곱권은 한장 넘겨보지도 못하고 쌓여 갔고
남편은 와이셔츠 소매 단추를 하나만 달고 다니기도 했다.
채경이는 태열, 지루성피부염, 알수없는 피부트러블들을 차례로 거치며 더욱더 단단해져갔고
그럭저럭 어찌어찌 아기를 떼어놓고 다시 출근을 한지 벌써 2주가 되었다.

출근 첫날, 집에 돌아가는 길이 어찌나 떨리던지.
과연 나와 분리된 아기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알수 없는 불안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데 아기는 잘 살아있었다.
나없이 도저히 견딜수 없을 것 같던 아기는
잘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주도권을 휘두르고 있었다.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이 환경을 통제하고 있는 느낌

휴! 살았다. 

이제 나는 비로소 큰 그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채경이와의 이별의 아픔은 매일매일 누릴 수 있는 재회의 기쁨이기도 했다. 
어머님의 반찬과 국을 준비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우리 세식구의 건강을 위한것이기도 했고
베이비시터 비용은 어머님의 건강이자 우리 부부의의 정신건강에 대한 댓가이기도 했다. 
저녁마다 남편이 씻어야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젖병과 유축기들은 나에 대한 애정이자 의리이기도 했고
유축의 번거로움은 채경이를 위한 나의 최선이자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이제 내가 일을 하느라 늦어도 아기가 잘 살아있다는 걸 아니까 
아무 가책없이 안쓰러워하는 마음없이 보고싶은 마음만 상큼하게 안고 퇴근하는
쿨한 엄마가 되었다. 슬슬 자기개발에도 신경이 쓰이고 진로 고민도 하는 직장인으로 돌아오기도 쉬웠다. 

이 모든 것이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희생과 정성에 기반한다는 것.
그 사실이. 슬프기도 기쁘기도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하다. 






  

by 앨리스 | 2009/12/17 15:06 | wonderland | 트랙백 | 덧글(0)

역사의 밀물이 들면 진보의 모든 배가 뜬다.

 - 출처: 시민광장 유시민 발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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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목표와 원칙을 세우고,

되던 안되던 가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산으로 지지율 오르자, 신중하게 처신하라는 분들이 있는데,

그래봐야 박근혜 지지율 반도 안된다.

몸조심 하라고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산을 생각하면 제역할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욕하지 마라. 그들이 방법을 몰라서 그런거다.

민노당 섭섭해 하지 마라. 입장 바꿔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이라크파병, 한미FTA....

여러분이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서운해 하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연대 협력해야 한다.

슬픔과 원망이 있다는건, 아직 세상에 나갈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얘기다.

 

역사의 밀물이 들면 진보의 모든 배가 뜬다.

2007년 대통령선거, 지난 총선이 이를 반증한다.

역사의 썰물에는 민주당, 민노당 할 것 없이 뻘에 갇히지만,

역사의 밀물이 들면 큰배, 작은배 할 것 없이 모든 뜬다.

 

연대 협력해야 하지만, 연대 협력도 세력이 있어야 한다.

문간방 신세로 연대협력 얘기하면 우스운 꼴이 된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정치인이 국민의 지지 못받으면, 물 밖에 나온 물고기 신세가 된다.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계속 될텐데, 역사의 밀물을 기다리면서 실력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남을 원망하지 말고,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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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 2009/09/21 14:44 | wonderland | 트랙백 | 덧글(0)

일곱번째 파도 - 다니엘 글라타우어

<세벽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후속작.

문제의 그날 밤 이후 다시 에미와 레오의 이메일 데이트가 이어진다.

메일은 더 화려해졌고 더 깊어졌다.
전작만큼 아름답다.

그들이 기다린 일곱번째 파도는
생각보다 훨씬 담담했다.

한번쯤 에미와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싶은 날이 올 법도 하다.
결혼생활에 익숙해져 있다는 설정이,
이해심많고 신뢰가 깊은 - 익숙한 남편이 있다는 설정이
관습과 사회적 시선보다는 정서적 자존감을 중요시한다는 설정이
어디에나 있는 수많은 에미를 보편화시켜준다.
정신적 로망이 실제로 실현되었느냐 그저 로망으로 머무냐의 차이일 뿐
소설속의 에미는 나 이기도 하고 내 친구이기도 하다.
 

"비 오는 일요일 오후를 위해 꼭 준비해두어야 할 소설" - 함부르거 아벤트블라트


by 앨리스 | 2009/09/20 14:21 | my book | 트랙백 | 덧글(0)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역시 에세이는 사는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에세이 사서 성공한 예가 있었던가.
얼떨결에 그녀의 위대한 삶에 경의를 표한다는 심정으로 집어들었으나
삶과 글재주는 분명히 다른거라는 것을 느꼈다.

에세이가 비록 fact를 기반으로 써나가는 자전문학이라고는 하나
나는 그래도 fact에 감동하고 싶은 마음보다 문학적 감각을 우선시하는 버릇이 있는건지
그냥 TV에서 본것으로 만족했어야 했지 않았나 싶다.


by 앨리스 | 2009/09/20 12:42 | my book | 트랙백 | 덧글(0)

비로소 전업주부가 되다

2개월의 공식적인 산후조리기간이 끝났다는 것은
도와주는 사람이 더이상 오지 않는다는 뜻이며
누군가 도와줘야하는 기간도 더이상 아니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는 뜻이다.

그렇게 나는 며칠전부터 전업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살림과 육아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1.해도 티가 안난다.
2. 해도 해도 끝이 없다.
3. 나만의 시간이 없다.
.
.
.

결국 시간 분배의 문제로 귀결된다.

나는 이렇게 놀고 먹는 황금같은 시간-이제 3개월 뿐인-을
징징거리며 보내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몇가지 원칙을 세워보았다.

첫째, 가사는 하루에 두시간만 할애한다. 
둘째, 육아는 아기가 깨어있는 시간에 딴짓안하고 집중해서 놀아준다.
셋째, 나머지 시간은 전부 나만의 시간이다.

가사 두시간 완료 프로젝트는 며칠 해본결과 현실성 있는 계획이었다.
채경이가 이제 수면패턴이 잡혔는지 아침 10시까지 계속 자니까
남편 출근한 8시부터 10시까지 시간이 있다.
8시~8시30분까지 세수하고 물한잔 마시고 아침차려먹고 빈둥거린다. (30분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ㅋㅋ)

8시30분~9시까지 저녁먹은 설겆이 및 집안청소 (청소기 생략, 닦기만 한다.. 정식 청소는 월/목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것으로 땡)
9시~9시30분까지 세탁기 돌리기, 손빨래, 채경이 침대 및 거실에 놀 자리 세팅
9시30분~10시까지 빨래 개기

여기까지 1시간 30분이다. 나머지 30분은 채경이 목욕시키고 뒷정리하는 시간과 저녁밥 준비하는 시간으로 쓰면 된다.

물론 나의 '가사'범위에 음식만들기는 빠져 있다.  
음식 만들기가 포함되면 가사 시간은 무지막지하게 늘어나고 신경쓸것도 너무 많아져서
가사를 노동으로 생각하게 되서 징징거리게 될 거니까
난 그냥 시댁,친정에서 가져다 먹고 백화점에서 사다 먹고 생선이나 고기 구워먹는 것에서 끝내기로 했다.
또 저녁먹고 정리하기, 저녁 빨래널기 등은 남편이 기꺼이 하고 있으니
그것도 나의 가사시간에서 빼고 2시간으로 끝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내 모든 계획은 채경이의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순서가 바뀌거나 소요시간이 늘어나거나 하는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2시간' 제한을 두면서 생활하면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날들에 탄력이 붙을것 같다.

2달만에 육아/가사를 접수하다니..
으라차찻 슈퍼우먼이 될테야~~!

by 앨리스 | 2009/09/04 12:05 | wonderland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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